독서일기 교감 vs. 공감 2010/02/09 12:12 by Brett

어제밤은 악몽과 같았다.
잠이 오질 않아서.
그 와중에 떠오른 잡생각에 대해 잡담떨기.

잠들기 전에 또 혼비의 책을 계속 읽다가,
어째서 나는 혼비를 이렇게 좋아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의 책들은 하나같이 재미있고,
그의 책을 읽는 행위가 그다지 수고스럽지 않다.
그리고 따뜻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는 내가 혼비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부족하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한다'고 표현한 이 말은,
내가 그를 '작가+인간'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사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지만,
스콧 피츠제랄드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아주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일뿐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 작가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꼭 정확한 것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혼비의 책을 읽고 있으면,
혼비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거나,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심각한 망상에 빠져서 전생에 난 영국사람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거나.
그가 써놓은 표현들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 "이건 나란말이야!"라고 속으로 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글을 읽는 일은 내게 글 자체의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다른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 서울에, 송파에, 어느 아파트에 사는 나를 알리 없는 혼비와 교감을 '나눈다'란 표현이
매우 감상적이긴 하지만.
분명 그렇게 느끼고 있단 말이다. 나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바웃 어 보이>빼고 혼비의 모든 소설과 에세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박민규 역시 내게는 좀 그런 느낌이다.
그의 책이 좋은 것도 그렇지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나타나는 복고적인 정서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드러나는 루저(요새 그 루저가 아니라!)에 대한 애정 같은 것들이
또 '인간' 박민규와 교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의 수상작보다 그의 수상소감이 더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교감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그런데, 이와 반대로 정이현이나 김애란의 경우,
그들의 책을 꽤나 재미있게 읽고,
그들의 문장과 이야기에 매우 공감하면서도,
그들과 내가 교감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들이 대부분 '여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서 그런것인지.
'인간' 정이현, '인간' 김애란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일이 그닥 흥미롭지는 않다.
(어쩌면 그냥 내가 '여자 예술가'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참고로 난 여성 음악가들도 그닥 즐기지 않는다;;;)

아아, 또 있다.
주노 디아스 vs. 조나단 사프란 포어
두 작가의 책을 모두 정말 즐겁게 읽었다.
(물론 주노 디아스의 책은 딱 한 권, 조나단의 책은 두 권 읽어서 내가 그들을 잘 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교감에 속하고,
조나단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공감에 속한다.

가만히 교감군에 속하는 작가들을 보면,
아주 단순하게 나와 비슷한 취향이 글 속에서 드러난다.
오스카의 누나인 롤라의 방에는 THE SMITHS의 포스터가 걸려있었고(물론 그들의 어머니는 "우리집에 호모는 필요없다"며 그 포스터를 모두 뜯어버렸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중간에 JOY DIVISION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박민규는 야구를 소재로 소설을 썼고(게다가 모든 야구팬들이라면 느낄 인천야구에 대한 안쓰러움!), 그의 소설에는 늘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혼비는 축구광, 음악광이니, 그의 글에 이런 소재들은 늘상 드러나고 이것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묘사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늘 철없지만 귀엽다.
아- 생각해 보니, 이들은 모두 덕후기질이 있는 작가인가 싶다.

뭐, 그래서 어쩌라는게 아니라,
어제 잠이 안와서 생각해 보니,
위에 언급된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또 심리적 거리에 있어서 이런 차이가 있기도 하구나....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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